[단독] 배터리 아저씨의 조언 "여의도는 헛다리, 리포트 믿지 마라" [마켓PRO]

입력 2023-04-17 13:44   수정 2023-04-1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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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 인터뷰

배터리 아저씨에 열광하는 개미들, 왜?

여의도 생태계 직격탄 "애널리스트, IB 사업부 부속품 전락"
"韓 양극재 기업 기술·수주량 모두 압도적"
일각선 "믿음의 광풍이 시장 지배, 투자도 팬덤에 좌우되나" 우려



"저는 진실을 말하기 때문에 두렵지 않습니다. 여의도 증권가가 2차 전지 사업 전망에 대해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걸 알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말 한마디에 증시가 출렁인다.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 곧장 수십만 회를 돌파한다. 증권사 리포트를 믿지 말고 한국 2차 전지 기업들의 경쟁력을 믿으라고 역설했다. 무심코 흘려들었다면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린 셈이다. 공개적으로 추천한 8종목 중 하나가 에코프로비엠. 올 들어서만 주가가 6배 올랐다. 다른 7개 종목은 오늘도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소위 ‘배터리 아저씨’로 알려진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 얘기다. 박 이사는 어떤 확신이 있었길래 여의도 증권가를 손가락질하며 2차 전지 기업 홍보에 나서게 된 걸까. 14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 사옥에서 박 이사를 만났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추앙받고 있습니다. 왜 개미들이 열광한다고 생각하나요.

"돈 벌어다 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돈 잃게 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나요.(웃음) 저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서 이야기하고, 여의도는 개인 투자자들을 총알받이로 쓰려고 이야기하니까 그렇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얘기해줍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주식 산 사람들은 지금 떼돈을 벌었고, 여의도 이야기를 듣고 주식 사는 사람들은 다 쪽박을 찼습니다."

▷말 한마디에 대형주 주가가 움직입니다. 지난 10일 본인이 투자하겠다며 지목했던 LG화학 우선주, LG엔솔,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다음날 크게 출렁였습니다. 두렵진 않나요.

"무섭지 않습니다. 저는 진실을 말할 뿐입니다. 오히려 여의도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이 겁이 많은 걸 제가 제일 잘 압니다. 그들이 헛다리 짚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찾아서 계속 알릴 뿐입니다.

LG화학의 경우엔 그 당시가 딱 오를 시기였다고 봅니다. 다른 양극재 주식들이 다 올랐는데 그간 LG화학만 소외되고 있었습니다. LG화학은 제가 산 11일 만이 아니라 전날인 10일에도 많이 올랐습니다." (LG화학 전거래일 대비 주가 상승률: 10일 6.39%, 11일 12.01%)

▷본인의 책 'K 배터리 레볼루션'은 여의도 증권가를 거짓 집단으로 규정하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근거가 궁금합니다.

"증권사의 꽃은 애널리스트였습니다. 저도 30년간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의 위상이 떨어지고 반대로 돈을 벌어주는 IB(투자은행) 사업부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애널리스트는 IB에서 시키는 대로 글을 쓰는 부속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법인 영업부가 보기에 지금 우리 고객이 숏 포지션(매도)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리포트를 쓰고, 롱 포지션(매수)이라고 하면 좋은 리포트를 쓰는 양상입니다.

지금 여의도는 롱숏 펀드가 장악했다고 봅니다. 이들이 포지션을 정하는 대로 증권사 추천주가 바뀌고, 증권 방송들도 움직입니다. 증권사들이 기관 투자자들, 특히 펀드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나온 타이거자산운용의 반성문은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 타이거자산운용은 롱숏펀드로 성장한 곳입니다. 그런 형태의 변명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타이거자산운용은 11일 고객레터를 통해 "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당혹스러운 상황이며,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특정 증권사들을 공개적으로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뒷배경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A증권사는 회장이 2021년 유망 종목으로 테슬라와 CATL, BYD를 꼽은 뒤로 계속해서 이들을 추천하는 리포트를 내고 있습니다. 비판받아야 마땅하죠.

B증권 사례도 대표적입니다. B증권사 고객인 C펀드가 에코프로비엠 공매도 수량을 많이 들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B증권사 직원이 증권방송에서 해당 종목에 대한 부정 전망을 꾸준히 언급해온 걸 봤습니다. 고객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공매도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에코프로비엠 등 위대한 2차 전지 기업들은 양극재 캐파(Capa)를 급속하게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금리 인상 속에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런 마당에 시장에는 여의도에서 나온 공매도가 쌓입니다. 여의도라는 곳은 수요와 공급을 중개해 주고 성장하는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지금은 자기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자금 조달이 안 되게 방해를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SK온과 포드가 튀르키예 최대 기업인 코치그룹과 맺은 3자 사업협력양해각서(MOU)를 철회한 것도 펀딩 부족이라고 들었습니다. (MOU 무산 이후) 중국 CATL이 딸 뻔한 사업을 그나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덕분에 LG에너지솔루션이 수주했습니다. (공매도때문에 국내 기업의 펀딩이 막힌다면) 사실상 여의도가 CATL을 위해 뛰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업계에서는 포드와 SK온의 합작 공장이 무산된 이유를 두고 수율 문제 때문이라고 추정 중이다. 다만 SK온은 이에 대해 "글로벌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 2차 전지 기업, 특히 양극재에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한국 양극재는 압도적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작년 외국 한 회사로부터 CATL과 금양의 양극재 능력을 테스트 받을 일이 있었습니다. 동일한 과제를 수행한 결과, CATL은 탈락하고 저희는 통과했습니다.

금양이 이러한데 LG나 삼성은 어떻겠습니까.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은 업력부터가 다릅니다. 특히 LG는 1992년 사업 시작 후 계속된 누적 적자와 여러 차례 중단 위기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초격차적 지위를 갖게 됐다고 봅니다."

▷압도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건가요.

"기업 분석을 30년 해온 동안 지금 한국의 2차 전지만큼 저평가되어 있으면서 성장성도 확실하고 미래 예측이 쉬운 것이 없습니다. Q(수주량)는 다 정해져 있고, P(가격)가 어떻게 될지만 판단하면 되거든요. 여의도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벌써 왜곡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게 보이지 않나 봅니다."

▷최근 등장 중인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객관적인 상황에서 리포트를 썼는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 썼는지가 보입니다. 그 리포트들은 객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썼다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미래 실적을 추정할 때 리포트마다 리튬 가격 추정액이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이 추정액들이 하나같이 말도 안 됩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의 리포트를 보면, 2027년 수산화리튬 가격을 톤당 900만원으로 가정했습니다. 지금 수산화리튬 가격이 8000만원입니다. 말이 됩니까."

(확인 결과 팩트가 달랐다. 12일 김현수 연구원이 낸 'Great company, but Bad stock' 보고서에 나온 에코프로 자회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2027년 예상 매출액은 7870억원으로, 이때 가정한 수산화리튬 가격은 톤당 8000달러다. 이날 현재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수산화리튬 가격은 톤당 4만7000달러 수준이다.)
"배터리 아저씨 만나 다행" vs "막말·음모론 멈춰라" 의견 분분
박순혁 이사는 1995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30년 가까이 테크 기업들을 분석했다. 금양 홍보이사직을 맡은 건 2022년 1월이다. 회사를 옮긴 후부터 한국 2차 전지 기업들의 경쟁력을 설파해왔다. 여의도 증권가과 기관 투자자들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박 이사를 두고 학계와 증권업계에선 경계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경영학과 교수 A씨는 "배터리 아저씨는 여의도에 대한 반감, 공매도에 대한 반감, 2차 전지 전망을 모두 담은 3종 세트"라면서 "자칫 주식 투자도 팬덤에 좌지우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영학과 교수 B씨도 "믿음의 광풍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면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근거들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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